도박은 수학이다

도박은 수학이다

처음으로 도박을 수학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수학자 카르다노(1501~1576)라고 한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의 중세가 끝나고 근대의 새벽이 열리는 르네상스 시대였다.

종 교적인 엄숙함과 금욕주의가 존중되었던 중세가 계속 유지되었다면 도박이라는 점잖지 못한 게임을 진지하게 연구할 엄두를 낼 수 있었을까? 깊숙한 방에서 몇몇 귀족이 주사위를 던지고 카드를 잡던 것에서 벗어나 주사위를 당당하게(?) 던지고, 그것을 통하여 돈을 확실히 따기 위하여 공개적으로 주사위 던지는 것에 대해서 연구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덕분이다. 그만큼 르네상스는 중세 유럽인의 생활을 바꾸어 놓은 커다란 물결이었다.

르네상스 시기의 분위기를 잘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문학 작품을 한 가지 살펴보면 당시 유럽인들의 삶의 태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 르네상스의 선구적인 문학 작품으로 꼽히는 <캔터베리 이야기>는 제프리 초서가 1387년부터 쓰기 시작하여 1400년에 그가 죽을 때까지 썼던 미완성의 작품이다.

이야기는 여러 계층의 순례자들이 4월의 어느 봄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순례에 나섰다가 우연히 어느 여관에 함께 머물게 되고 목적지까지 동행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구성된다. 순례자 속에는 기사와 수녀원장과 수도사, 전도사, 면죄부 판매원 등이 있고 또, 의사, 지주, 무역상, 가구장식상, 잡화상, 직물상, 선장, 여관의 주인, 베짜기에 능숙한 아낙네, 영주의 토지 관리인, 농부 등도 끼어 있었다.

여기서 순례자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뿐, 국가 사회의 변동에는 그다지 마음을 쓰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재물과 아름다운 이성에 대한 것들이다. 국왕보다도 이웃 남정네의 일이, 왕비보다도 이웃 처녀의 일이 훨씬 관심거리였다. 전도사는 병자나 가난한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부자의 환심을 사서 돈을 모으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베짜기에 능한 아낙네는 당시의 새로운 산업을 상징하며 모자에서 신발에 이르기까지 고급품으로 치장한 신식여성이다. 그녀는 다섯 번이나 결혼한 경험을 갖고 있는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당당하게 결혼관을 이야기하고, 다섯 명의 남편을 핑계삼아 남성들의 약점을 폭로하고 공격한다.

이렇게 <캔터베리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엄숙한 중세인의 얼굴을 벗고 인간의 체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하여 르네상스시대 사람들이 인간의 평범한 희로애락을 비로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당 시는 도시가 발달하고 상업이 융성하여 경제적 이윤 추구가 활발해지던 시기였다. 특히 상업의 중심지였던 지중해 연안에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무역상들이 몰려 들었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바다에 나갈 수 없었던 상인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도박을 하였다고 한다. 이미 변화된 사회는 돈을 더 벌기 위하여 머리를 짜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그것이 도박일지라도 상관이 없었다. 그들은 도박에서 이길 승산이 많은 쪽을 찾기 위하여 여러 가지로 노력하였는데 이런 과정에서 확률은 싹이 트게 된다.

도박 연구가이자 확률 이론의 창시자 카르다노도 그런 수많은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카르다노 이후 잠시 주춤하던 확률 이론에 대한 연구는 약 100년 후 드 메레라는 귀족이 주사위에 대한 두 가지 질문을 친구이자 수학자이던 파스칼에게 던지면서 그 꽃을 피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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